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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9월에 읽으면 좋은 아름다운 가을시 모음

by gatchi 2024.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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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지나가고 밤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요.

절기란 얼마나 신비로운지 다시금 느끼곤 합니다. 

가을은 시가 참 잘 어울리는 계절같아요. 9월과 관련 된 아름다운 가을시 모음을 소개합니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 / 나태주

봄은 올까요?
추운 겨울을 이기고
우리 마을에도
분명 봄은 찾아올까요?
그렇게 묻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가을은 올까요?

우리 마을에도
사나운 여름을 이기고
가을은 분명 찾아올까요

​옵니다 분명
가을은 옵니다
9월은 벌써 가을의 문턱
9월은 치유와 안식의 계절

우리 9월에 만나요
만나서 우리 서로 그동안
힘들었다고 고생했다고
잘 참아줘서 고맙다고

​서로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며
인사를 해요

9월이 / 나태주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 속을 떠나야 한다

다시 9월이 /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았다

​이제 제각기 가야 할 길로
가야 할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9월 / 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를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가을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9월이 오면 - 송태열

9월이면 귀뚜라미 소리
또렷이 귓가에 울려 퍼지고
어느덧 서늘한 바람은
낭만의 향기에 젖어
그리움에 옹심을 파고든다.

가을엔 열린 마음으로
함께 어우러져 물소리 새소리
자연이 숨 쉬는 그곳에
희망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여
이 가을엔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신나게 살자.

​가을이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되지요
시인의 마음으로 감성에 젖어
심혈에 들면 시시콜콜 잡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가슴에 가득
온정은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지난해 가을도 고독에 젖어
그만 그렇게 보내고
그리움이 뭔지 익어버린 나
올가을엔 사랑을 할 거야
늘 그렇게 그냥 사랑만 할 거야
고즈넉한 시간 여행 속으로
가엾은 나를 심어보자.

​로맨틱한 추억여행 
그 시간 속에 녹아들어
영혼마저 춤을 추는
감성의 계절, 이 가을엔
사랑을 찾아서 훌쩍 떠나보자.

​이렇듯 
가을이 오면 누구나 
그렇게 센티해 지나보다.

어느덧 9월 / 송태열

무던히도 지겹도록
힘들게 하던 무더위
와르르 맴맴 소리
밤잠 설치게 하더니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춘 매미소리
어느덧 가을이 성큼
내 곁에 와 있구나!

풀숲 어디선가 
또랑또랑 우렁차게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반가운 귀뚜라미 소리 

서늘한 바람을 안고
슬며시 다가온 9월이여
이제 서서히 소슬바람도 
내 가슴을 파고들겠지!

9월도 저녁이면 / 강연호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 막고 물장구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9월의 약속 / 오광수

산이 그냥 산이지 않고
바람이 그냥 바람이 아니라,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약속이 되고 소망이 되면
떡갈나무 잎으로 커다란 
얼굴을 만들어
우리는 서로서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손 내밀면 잡을만한 
거리까지도 좋고 팔을 쭉 
내밀어 서로 어깨에 
손을 얹어도 좋을 거야!

가슴을 환히 드러내면 
알지 못했던 진실함들이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산울림이 되고 
아름다운 정열이 되어
우리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들을 맘껏 눈에 담겠지
우리 손잡자.

아름다운 사랑을 원하는 
우리는 9월이 만들어놓은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가 되고
산울림이 가슴에서 
잔잔한 울림이 되어
하늘 가득히 피어오를 
변치 않는 하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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